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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베리아' 녹이는 다정한 음악... 모던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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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음악창작소
댓글 0건 조회 4,306회 작성일 23-02-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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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베리아’ 녹이는 다정한 음악···모던다락방 “춘천이 뭐가 좋냐고? 하늘 볼 시간을 주지”[서울 밖 뮤지션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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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에서 활동하는 5인조 밴드 모던다락방(왼쪽부터 정병걸·유주영·고요한·김윤철)이 지난달 26일 오후 춘천 석사동의 연습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러머 이현석은 이날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성동훈 기자




이맘때쯤 강원 춘천은 ‘춘베리아’라 불린다. 분지 지형 탓에 겨울이면 시베리아처럼 추위가 몰려온다는 뜻에서다. 역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7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는 ‘춘베리아 특급열차’가 출발했다. 기장은 춘천에서 활동하는 5인조 밴드 모던다락방이 맡았다. 특급열차에 오른 승객들은 모던다락방의 다정한 음악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였다.


④밴드 모던다락방

누구나 마음속에 다락방이 있다. 소중한 추억이나 여러 생각들을 담아두는, 따뜻하기도 때론 눅눅하기도 한 공간. 밴드 모던다락방은 그런 마음속 다락방의 이야기를 꺼내 만든 노래를 부른다. 지난달 26일 춘천 석사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모던다락방은 스스로 “소소하고 일상적이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들을 나누는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소개했다.

모던다락방은 2013년 데뷔한 어쿠스틱 밴드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정병걸(40)과 김윤철(35), 베이시스트 고요한(35), 각각 피아노와 드럼을 연주하는 유주영(34), 이현석(32)이 멤버다. 2013년 정병걸과 김윤철이 고향인 춘천에서 듀오를 결성했고 2020년 객원으로 활동해 온 세 멤버를 정식 영입했다.

데뷔곡인 ‘첫사랑’을 시작으로 모던다락방은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멜로디의 음악을 발표해왔다. 사랑 노래가 주를 이룬 가운데 ‘밀푀유나베’ ‘동네책방’처럼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담은 노래도 있다. 싱글과 EP를 합쳐 지금까지 낸 앨범이 18장이다. 그중에서도 ‘첫사랑’은 특히 사랑받은 곡이다. 발표 일주일 만에 멜론의 주간 인디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 섰고, 2016년에는 일본 투어 공연도 했다.

밴드 모던다락방이 지난달 26일 춘천 석사동의 연습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합주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모던다락방이 지난달 7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린 ‘춘베리아 특급열차’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모던다락방·마실스냅 제공


2020년 1월 5인조로의 재편은 큰 변화였다. “공연 때 농담으로 ‘우리 팀은 정규직 2명과 비정규직 3명으로 이뤄진 밴드’라고 소개하곤 했어요. 5년 정도 객원으로 함께하다 2명일 때보다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펼쳐내고 싶은 마음에 합류를 제안했죠. 지역에서 마음 맞는 사람 찾기 힘들단 걸 알기도 하고요.”(정병걸)

그러나 재편 직후 코로나19가 확산했다. 설 무대가 줄면서 한동안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그사이에도 음악적 변화는 착실히 진행됐다. 유주영은 “객원일 땐 두 분을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지만 이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낸다”며 “곡도 쓰고 노래도 하고, 잔소리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던다락방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음악으로 지역을 연결한다는 뜻의 ‘뮤지로컬’(뮤직×로컬)’ 프로젝트로, 지역 뮤지션과 마을 주민들이 공동창작 워크숍을 통해 지역색이 담긴 노래를 만드는 작업이다. 총감독을 맡은 가수 이한철이 모던다락방에 제안하며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모던다락방은 효자동 주민 16명과 2개월간 음악을 만들고 뮤직비디오 촬영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춘천 디스코’는 지난해 8월 공개됐다. “주민들이 직접 쓴 가사로 결과물을 낸다는 기획 취지가 너무 좋았어요. 동경하는 뮤지션인 이한철 감독님과 일할 수 있어 기뻤고요.”(정병걸)

모던다락방 제공


“음악으로 교육도 하고, 사람을 만나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지역 내에서 인지도가 생기기도 하고요.”(김윤철)

멤버들은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실제 멤버들은 음악 작업 외에도 공익사업 참여나 방송 리포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음악을 하지 않을 때 정병걸은 아내와 시내의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김윤철은 들깨, 고구마 등 농사를 짓는다.

모던다락방의 음악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띠지만, 뿌리를 둔 지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곡도 있다. 2019년 발표한 ‘춘천으로’에는 춘천을 향한 모던다락방의 마음이 드러난다. ‘봄바람이 불어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중략)/ 춘천으로 와/ 사람들이 항상 물어 춘천이 뭐가 좋냐고/ 딱히 좋은 건 없지만/ 가끔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곳이야’.

28만6000명이 사는 춘천에도 로컬 인디 신이 작게 형성돼 있다. 강원음악창작소에 따르면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은 약 10개 팀. 모던다락방 외에 차빛나, 훈남스, 이면지밴드 등이 음원을 꾸준히 내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강원 지역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50개 팀 정도가 활동 중이다.

모던다락방은 오는 6월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멤버들은 10년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다면서도, 올해 안에 정규 앨범을 내고 싶다고 했다. 정병걸은 “시인이 시집을 내 등단하는 것처럼 정규 앨범을 꼭 내서 세상에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히트곡을 내고 싶은 마음도, 해외 활동을 비롯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다.

무엇보다 평생 음악 하는 삶을 꿈꾼다. “생계에 관한 치열한 고민이 있지만 일단 즐겁게 하고 싶어요. 인생의 끝에 ‘음악 재밌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요.”(고요한)

“음악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라톤하듯 오래오래,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김윤철)

밴드 모던다락방이 지난달 26일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의 연습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촬영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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